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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칼럼] 부산항일독립운동기념공원 조성을 반기며 /박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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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거비 조회 820회 작성일 2021-01-30 10:43:1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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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인문학 칼럼] 부산항일독립운동기념공원 조성을 반기며

2021-01-20 19:33:11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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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장 박철규


학술연구 소홀 선양사업, 금방 한계 드러나기 마련

독립운동 콘텐츠 살찌울 부산의 독립운동가 발굴…전수조사 작업 서둘러야

 
올해는 의열단원 박재혁 의사가 대구감옥에서 순국한 지 100주년이다. ‘부산경찰서 투탄 의거’ 100주년인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학술대회 등 다양한 행사가 준비된다고 한다. 사업회 관계자들의 끈기와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부산에서는 1990년대 중반부터 안희재 박차정 박재혁 등을 선양하기 위해 각종 사업회 등이 조직돼 지금까지 활동해 왔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의 제2도시인 이곳에 지역의 독립기념관조차 없는 실정이었다.

그런데 작년부터 반가운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고 있다. 작년 8월 ‘부산항일독립운동기념공원추진위원회’가 출범했고, 한국은행부산본부를 ‘근현대역사박물관’으로 단장 중이며, 최근 부산에 ‘항일여성독립운동기념관‘을 만들려는 움직임까지 보인다.

그런데 ‘기념공원’과 ‘독립운동가의 거리’ 등이 조성되고 ‘기념관’이 세워진다고 치자, 빈약한 연구로 인한 콘텐츠의 부족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오래전 부산박물관 제2전시실과 근대역사관의 전시 콘셉트가 똑같은 것을 목도하지 않았던가? ‘미욱한 사람은 같은 돌부리에 또 넘어진다’는 경구가 생각나는 건 기우일까?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독립운동에 대한 선양활동과 콘텐츠 생산의 저수지 역할을 하는 학술연구는 최소한 병진되어야 한다. 그래야 ‘기념’이든 ‘계승’이든 관련된 콘텐츠를 지속해서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됐다. 제대로 된 학술연구가 받쳐주지 못하는 독립운동, 특히 인물의 선양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한계가 드러난다. 박재혁 의사도 예외가 아니며, 박차정 의사와 백산, 부산항일학생의거도 그러하다.

창원에서도 동일한 문제에 봉착해 있다고 한다. 거금을 들여 ‘산업노동역사관’과 ‘창원독립운동기념관’ 건립을 준비 중인데, 학술연구가 풍부하게 진행되지 않아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부산의 사정은 어떠한가? 부산항일독립운동사는 1990년대 중반 부산보훈청에서 정리한 후 새롭게 쓴 독립운동사가 없다. 3·1운동은 1970년대 이후 그간의 많은 연구나 독립유공자 포상이 있었음에도 종합적으로 정리되지 않았다.

부산지역 여성항일독립운동조차 별도로 정리된 바 없다. 2019년 기준 국가유공자는 여성 493명을 포함하여 나라 전체 1만6410명이다. 경남은 여성 41명을 포함 1333명으로 12.3%를 차지한다. 부산과 동래 출신은 여성 14명을 포함하여 139명으로 경남의 9.6%에 해당된다. 이와 같은 수치는 일제강점기 부산지역에서 전개된 항일독립운동에 비하면 독립유공자 수가 턱없이 적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된 데에는 기본적으로 독립운동연구와 운동가 발굴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이제 와서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가장 시급한 것이 ‘부산지역 독립운동가 발굴을 위한 전수조사’이다.

국가기록원이 제공하는 독립운동 관련 행형기록을 보면 부산과 동래 지역의 판결문 226건, 수형인명부 210건, 집행원부 315건 형사사건부 363건으로 모두 1114건 이다. 이들 자료부터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인적네트워크와 생활로 연결되어 있는 경남으로 확대해서 검토하면 항일독립운동의 내용은 더욱 풍부해질 것이다.

한편 선양사업에서 반드시 유념해야하는 몇 가지가 있다. 먼저 독립운동에 대한 혈연 학연 지연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선양사업이 확산되는 것이 아니라 축소된다. 또한 왕왕 선의로 선양에 동참하려는 사람들을 밀어내는 일이 초래되기도 한다.

다음으로 선양사업은 애국주의에 기반한 민족주의를 넘어 생명에 대한 존엄성과 인권과 평화라는 보편적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 그럴 때만이 국내외에서 합의와 공감을 얻어 보편성을 획득할 가능성이 더욱 커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활동 과정에서는 그 어떠한 이유로도 적법 절차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 특정 명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절차를 생략해서는 안 된다. 얼마 전 모 기념사업회 행사에서 특정 책의 서문을 필자의 사전 동의도 받지 않고, 무단으로 헌시로 대신했다고 한다. 옥에 티였다.

이와 같은 점을 유념하고 학술연구를 통해 이미 밝혀진 것은 더 밝혀내고, 미발굴된 것은 낱낱이 밝혀낸다면 박재혁 의사 등을 포함해서 더 많은 부산의 독립운동가들이 지역을 넘어 전국적인 인물로 빛나게 되는 것이다. 아무쪼록 이제는 이와 같은 우려들이 한낱 기우이기를 믿는다. 오래지 않아 부산 시민의 열망을 담아 멋지게 조성될 ‘부산항일독립기념공원’에서 산책할 날을 기대해 본다.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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